돈 없이는 무슨 신선을 수련해?/황우대성의 기억
개요
만법종 종무원 시기의 장우가 대성전인 계열 연법도를 매개로 세 차례에 걸쳐 수신한, 황우대성(荒牛大聖)의 기억을 다루는 문서.
기억은 "청각, 시각, 후각, 촉각, 미각 등 모든 감각이 완벽하게 갖춰진 영상"의 형태로 밀려들었고, 수신하는 동안 장우의 시점은 바깥의 관찰자에서 황우 자신의 1인칭으로 옮겨 갔다. 세 기억의 공개 순서는 곧 시대순이다. 아래 세 절은 그 기억의 내용만을 다룬다. 장우가 기억을 수신하게 된 경위와 그 전후로 벌어진 사건들은 이 문서의 관할이 아니며, 해당 파트 줄거리 문서에서 다룬다.
한 가지 프레임을 미리 밝혀 둔다. 세 기억은 전부 대성의 의념이 전한 기억 내부의 서술이며, 외부 검증이 없다. 기억몽경 문서와 마찬가지로, 이 문서의 본문 역시 확정된 정사가 아니라 한 존재가 남긴 회고를 옮긴 것이다.
또한 이 기억에는 기록 이상의 것이 실려 있었다. 장우의 뇌리에 사는 참선은 이를 탈사(奪舍)가 아니라 "일종의 '시험'"에 가깝다고 해석했고, 장우 자신도 뒤에 "하나는 선인과 마주했을 때의 저항할 용기를 시험했고, 다른 하나는 동료에게 힘을 나눠주는 희생정신을 시험했었다"고 회고한다. 기억을 본다는 것 자체가, 보는 이를 가려내는 장치이기도 했던 셈이다.
첫 번째 기억: 내가 곧 황우이니 (787장~788장)
진파급 선문 공법 《혈조정기성관(血潮精氣聖觀)》에서 추출된 선도 기술을 열람하던 장우는, 영계 깊은 곳에서 들려온 부름과 함께 뇌리로 밀려든 의념 속으로 끌려 들어갔다.
기억 속의 세계는 지금의 곤허와 다르다. "그 시대의 세계는 아직 36층으로 나뉘지 않은 듯 했고, 해와 달이 여전히 대지를 비추며, 별빛 또한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었고, 수백 개의 종문(宗門)이 세상에 숲처럼 들어서 있었다." 사람이든 요괴든 수사든 선인이든, 모두가 같은 하늘과 같은 대기, 같은 시공간을 공유하는 듯한 세계였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무슨 이유 때문인지 알 수 없이 세계는 천지가 뒤집히는 대개조를 맞이한다. "수백 개의 종문, 무수한 수사들이 선인들의 인솔 하에 함께 힘을 써서, 함께 세상을 뒤바꾸고, 함께 전 세계에 대한 분할을 시작했다." 대지는 찢겨 나가고 하늘은 베어 나갔으며, 해와 달과 별들이 하나하나 거두어졌다. 하늘과 땅을 꿰뚫는 검은 선 — 천주(天柱)가 세워졌고, 계획대로라면 세계는 결국 두 부분으로 나뉠 터였다. 구름 위는 천계(天界), 아래는 인계(人界)라 불리게 될 것이었다.
이 공사를 실제로 수행한 것은 하늘과 땅을 뒤덮으며 나타난 무수한 요예(妖裔)들이었다. "이것은 선인들이 세상을 개조하기 위해, 첫번째 요성(第一妖聖)에게 명하여 제조한 요예 건설 군단이다." 그리고 그 요예들 가운데 가장 널리 분포하고 수도 가장 많은 종족이 '황우(荒牛)'였다. "그들은 동심이체(同心異體)이니, 천하 방방 곳곳에 분포한 억만 개의 육체가 하나의 의념으로 귀결되어 모든 황우의 육신을 함께 조종한다." 이 대목에서 기억의 주어는 '그들'에서 '우리'로 바뀐다.
"우리의 의념은 만중일심(萬衆一心)이니, 다함께 세상을 바꾸고, 세상을 건설한다." "내가 곧 황우요, 황우가 곧 나다."
억만 마리 황우의 뇌리에서는 모두 똑같은 한 가지가 고동치고 있었다. 일! 일! 일! — "우리는…… 선인들이 세상을 개조하기 위해 설계하고, 첫번째 요성이 제조해 낸 집단 생명체다. 허나 본래 무정무의(無情無義)하고, 마음도 감각도 없으며, 번뇌도 소란도 없어야 할 우리에게…… 언제부터인가, 가슴 속에서 분노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기억은 그 분노가 어디서 왔는지를 보여준다. 황우의 나날은 단순했다. 큰 입으로 오늘의 식량을 해치우고, 수많은 동족과 함께 높은 산봉우리를 끌고 장강과 대하의 물줄기를 당기며, 선인들의 청사진에 따라 세상을 정비하는 것. 그러던 어느 날 한 소녀가 황우의 어깨 위로 뛰어올라 먼 곳을 가리켰다. "저 앞쪽에 이주해야 할 성읍이 하나 있어, 우리가 가서 도와주자!" 소녀는 황우들을 보조하러 온 종문의 연기(煉氣) 제자였다. 이주 작업은 순조로웠다. 소녀는 범인들에게도 인내심과 열정이 넘쳤고, 언제나 온화하게 그들의 의문과 걱정을 풀어주었다. 모든 범인이 짐을 챙겨 종문이 새로 준비한 거주지로 떠나자, 소녀는 황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도했다. "이제부터 양계(兩界)가 분할되어 선(仙)과 범(凡)이 나뉘면, 범인들은 안심하고 평온한 삶을 살 수 있을 거야. 더 이상 종문 간의 전쟁에 휘말릴 걱정도 없을 테고."
그리고 소녀는 황우에게 당부를 남겼다.
"너희한테 계속 말을 걸면, 너희가 그 내용을 묵묵히 기록해 둔다고 들었는데, 맞지?" "그럼 꼭 기억해야 해. 선인(仙人)들이 말씀하시길, 범인(凡人)은 선도(仙道)를 지탱하는 옥토(沃土)라고 했어. 흙과 진흙이 비옥해져야만 선도(仙道)가 비로소 창성할 수 있는 거야." "비록 우리는 선도(仙道)에 올랐지만, 범인(凡人)에게서 나왔으니 영원히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돼……"
소녀가 손바닥을 황우의 머리에 얹으면 의념이 황우의 의식의 바다로 흘러들었다. 이것이 종문이 황우를 조종하는 방법이었다. 황우는 소녀가 왜 언제나 의욕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는지 알지 못했지만, 그에게 노동은 곧 전부였기에 소녀의 명령을 거부하지 않았다. 어느새 그들은 산과 산을 밀어버렸고, 촌락과 도시를 하나하나 옮겼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는 종문에서 온 사람을 보고 놀라서 물었다. "시험을 본다고요? 시험을 못 보면 문파에서 쫓겨난다고요?" "저도 포함된다고요?" 그녀는 목소리를 낮췄다. "이 일을 저희 어머니께서도 아시나요?" 상대의 대답을 듣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어머니와 그쪽 소작인들도 정리되었나요? 그럼 아버지는요?" "제일 먼저 숙청된 잡역(제자)들 중에 그가 있다고요?"
소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알겠어요. 이해해요. 종문(宗門)도 쉽지 않겠죠. 정말로 아무런 재능이 없다면, 마땅히 자리를 내어주어야죠. 더 재능 있는 사람이 선도(仙道)에 오르도록 해야 그들이 진정으로 세계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저처럼 많은 시간과 자원을 쓰고도, 시종일관 별다른 진전이 없는 사람 말고요."
그녀는 마지막으로 손바닥을 황우의 머리에 대고 말했다. "난 이제 집에 가야 해, 황우(荒牛)야. 너는 남은 청사진을 계속 완성해 줘. 이 세상을 철저히 개조해서, 범인(凡人)들도 안거낙업(편안히 살고 즐겁게 일함)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줘. 이 세상에 더 많은 사람이 선도(仙道)에 오를 수 있도록 말이야."
소녀가 떠나고, 황우는 새로 온 종문 제자와 짝을 이뤄 묵묵히 계속 일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다시 식량을 씹어 삼킬 때, 그는 그 속에서 익숙한 맛을 느꼈다. 그것은 바로 소녀의 맛이었다. 익숙한 의념이 체내로 쏟아져 들어와 집단 의식 속으로 전해졌고, 황우들은 소녀의 발버둥과 소녀의 죽음, 그리고 소녀가 마침내 식량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았다.
이 소녀뿐만이 아니었다. 일찍이 황우와 협력했던 연기 수사들 한 명 한 명의 의념이 잇달아 쏟아져 들어왔고, 황우들은 이 세상에 관한 더 많은 화면을 보게 되었다. 종문이 마련한 거주지로 이주했던 범인들은 검사를 받은 후, 선도의 자질이 없는 이들이 모두 도륙당했다. 수년 동안 연기 경계를 돌파하지 못한 수사들도, 일정 나이가 되어 자질이 없다고 판정받은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인간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마치 생산 라인 위에 놓인 것처럼, 줄곧 선도의 길을 향해 보내졌다. 그러다 일단 수선(修仙) 자격이 없다고 확인되면 즉시 회수되어 헐값의 원자재가 되었다." 대량의 범인 혈육에 약간의 연기 수사들의 고기를 섞어 다진 것 — 그것이 황우들의 식량이었다.
수많은 망자들의 의념이 쏟아져 들어오자, "본래 잔잔한 물과 같던 황우(荒牛)의 의식의 바다에 점차 파란이 일기 시작했고, 마침내 거센 비바람으로 변했다." 기억 속에서 황우의 마음에는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 아직 윤회 시스템도, 영계와 연계된 혼수(魂修) 체계도 만들어지지 않았기에 황우의 의식 네트워크가 원혼들에게 침입당하고 영향까지 받게 된 것인가. 그러나 다음 순간 그의 의식의 바다는 분노, 슬픔, 고통, 원통함에 장악당했다. 황우 한 마리가 하늘을 향해 길게 울부짖자 그들은 하던 일을 멈췄고, 큰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천주를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어떤 저지를 당하든, 어떤 경고를 받든 멈추지 않았다. 이 순간 그들은 단지 망자들의 마음속에 서린 가장 큰 원통함과 마지막 의문을 묻고 싶을 뿐이었다.
"어째서? 어째서 우리를 죽여야만 했나?" "범인(凡人)은 선도(仙道)를 지탱하는 옥토(沃土)라 하지 않았던가?"
세상을 뒤흔드는 위압감이 모든 황우를 짓눌러 땅에 무릎 꿇게 했고, 드높은 곳의 목소리가 하늘 밖에서 들려오듯 전해졌다.
"범인(凡人)은 확실히 선도(仙道)를 지탱하는 흙이다. 하지만 척박한 흙에서는 생기 넘치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낼 수 없다." "그러니 흙에 거름을 주어야 하는 것이며, 이 천하의 모든 쓸모없는 폐물, 모든 약자들이야말로 가장 좋은 비료다." "이렇게 대를 이어 물을 주고, 대를 이어 우열을 가려 도태시키니, 이 흙더미가 비로소 비옥해질 수 있었고, 그래야 더 나은 세상을 잉태하여 이 광활한 대지 위에 고금을 초월한 선도(仙道)의 태평성세를 피워낼 수 있는 것이다."
말하는 사이 거대한 발 하나가 창공을 찢고 내려와 황우들의 등을 짓밟았다. "너희 같은 천하의 폐물들이 뭉친들 무슨 소용이냐?" 황우들의 몸에서 기혈이 끓어오르고 힘이 폭발하며 그 발을 들어 엎으려 하자, 목소리의 주인은 도리어 웃었다. "좋아, 바로 그거다." "내가 짓밟는 이 순간을 똑똑히 기억해라." "이 분노의 감각을 기억해라." "이것이야말로 너희의 미래에 유일한 존재 의의다."
그 순간 황우들은 자신들이 거대한 용광로가 되어 몸속에 주입된 의념을 제련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망혼들의 분노와 원통함, 원한이 모두 지극히 정순한 힘으로 변해 황우들의 체내로 주입되었다. 실력이 크게 올랐고, 오랫동안 먹을 필요도 없어졌으며, 의식 네트워크마저 확장되었다. 황우의 마음속에서 한 줄기 깨달음이 흘러나왔다 — 이것이야말로 황우 의식 네트워크의 진정한 형태, 대량의 망혼을 수용하고 망혼을 불태워 존재를 유지하는 영혼연계(靈魂淵界)이며, "어쩌면 이것이 신력 네트워크와 영계(靈界)의 전신일지도 모른다"는 것.
하늘 위의 목소리는 계속되었다.
"진압이 있으면 반항이 있는 법. 그래서 생각했지…… 너희들의 반항하는 마음을 그냥 쳐부수어 자원을 낭비하느니, 차라리 이용하는 편이 낫겠다고."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너희의 원한, 분노, 원통함을 이용해서, 너희 자신의 모든 찌꺼기 한 톨까지 다 태우고, 마지막 존재 한 조각까지 몽땅 태워서, 세상이 전진하는 연료가 되고, 강자들의 양분이 되어라." "이것이 너희의 유일한 존재 가치다." "이 짐승 찌꺼기들아……."
이윽고 황우들은 분노로 터질 듯했던 신체가 정상으로 돌아왔음을 깨닫고, 하나둘씩 저항하던 동작을 포기했다. 마음속의 분노와 원념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길처럼 타올랐지만, 그것은 단지 황우들이 종문의 임무를 더 잘, 더 빨리 완수하게 만들 뿐이었다. "모든 저항은 희망이 없어 보였고, 심지어 저항하려는 본능조차 상대방의 설계 안에서는 새로운 이익 창출 수단이 되어버렸다."
황우의 마음속에 생각이 솟아올랐다. 하지만 달리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그들은 살아있을 때도 폐물이었고, 그저 힘들고 고된 일만 할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죽은 뒤에는 피와 살이 싸구려 자원이 되며, 심지어 최후의 분노와 원념조차 소멸하는 그 순간까지 이용당해야 하는데, 소위 선도(仙道)의 태평성대가 그들과 도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어째서? 도대체 어째서!
마음속 그 한 가닥 원통함과 함께, 한 줄기 심법 구결이 그의 마음 깊은 곳에서 떠올랐다.
"……선불(仙佛)이 위에서 짓누르니, 중생은 풀과 같구나…… 뼈가 부러지고 힘줄이 으깨지며, 피가 마르고 골수가 메마르니……" "……아홉 번 죽어도 굴하지 않고, 이 몸 바침에 후회 없으니, 비로소 원신(元神)이 육체의 고향으로 돌아가리라."
이것은 장우가 1층 고등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줄곧 수련해 온 제1심법, 《잔우사신심결(殘牛舍身心訣)》의 구결이다. 처음부터 그를 지탱해 온 심법이, 아득한 창세의 시대에 짓밟힌 황우의 원통함 속에서 태어난 것임이 여기서 처음 드러난다.
"나는…… 장우(張羽)다!" — 분노 속에서 한 마리 황우가 길게 포효하며 등 위의 거대한 발을 들어올리려 한 순간, 장우는 기억에서 깨어났다.
두 번째 기억: 인류는 우리의 가장 좋은 친구 (789장)
그로부터 며칠 뒤, 장우는 다시 영계 깊은 곳의 부름과 함께 두 번째 의념을 수신했다.
기억은 지난번이 끝난 자리에서 다시 시작된다. 황우는 다시 그 순간, 드높은 선인의 발밑에 짓밟히던 순간으로 돌아가 있었다. 막 허리를 펴려던 황우의 등 위로 거대한 힘이 내리눌렀다.
"말해라. 네놈은 짐승 찌꺼기라고." "말해라. 너희는 그저 세상의 비료가 되는 게 마땅하다고." "말해라, 너희는 태어날 때부터 짓밟혀야 하는 존재이며, 먼지처럼 천한 존재라고."
황우의 마음속에서 분노가 화산처럼 끓어올랐지만, 타오르면 타오를수록 그 불길은 자신을 옥죄는 힘으로 변해 갔다. 그리고 그때, 한 줄기 부드러운 목소리가 황우의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피어올랐다.
[인류는 우리의 가장 좋은 친구란다. 반항하지 말고, 고통스러워하지 말고, 전심전력으로 인류를 위해 봉사하렴.]
이것은 황우들의 의식의 바다 가장 깊은 곳에 새겨진 철칙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지닌 이 법칙은 황우들의 공통된 어머니, 제1요성(第一妖聖)이라 불리는 존재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선인(仙人)들에 의해 창조되어 영원히 반항하지 않고, 고통을 느끼지 않으며, 오직 일편단심으로 인류를 위해 봉사하는 이 선조요(仙造妖)는, 수많은 황우(荒牛)들의 어머니일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요예(妖裔)들의 어머니이기도 했다." 그녀와 그녀가 낳은 요예들에게 인류에게 봉사하는 것은 제1의 의무였고, 그 인류 중에서도 선인을 가장 최우선으로 섬겨야 했다.
황우는 자신의 몸이 움직이는 것을 멈추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반항은 오히려 마음속 원혼들의 억울함과 분노를 가중시켰고, 그를 속박하는 힘을 강화할 뿐이었다. 선인은 가볍게 비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 상태를 유지해라. 내가 한 말을 명심하고." "꺼져서 일이나 해." 황우의 거대한 몸뚱이는 짓밟혀 구름 끝 아래로 내쳐졌고, 억눌린 분노는 연료가 되어 그들을 다시 작업 위치로 몰아붙였다.
이어지는 나날 동안 황우의 모습은 온 세상에 퍼졌고, 세계 개조 계획은 계속 추진되었다. 선인들이 요구하는 신산(神山)과 선지(仙池), 하늘을 나는 궁전과 구름 속 누각을 짓기 위해 황우들의 몸에는 점점 더 많은 선도 기술이 적용되었다. 육체는 천변만화할 수 있게 되었고, 피 한 방울로도 부활하며, 불사불멸하고, 분신이 무한히 분화하는 존재가 되어 갔다. 영혼연계의 범위도 넓어져서, 그것이 덮인 곳이라면 선(仙)을 닦지 않은 모든 범인은 죽은 후 그 혼백이 곧장 황우의 의식 네트워크 속으로 흡수되었다 — 한 개비의 장작처럼, 황우에게 새로운 분노와 동력을 보태면서. 원혼들의 기억과 과거, 집념은 끊임없는 연소 속에 하나하나 흩어졌고, 최후에는 오직 순수한 분노만 남는 듯했다.
황우가 자신이 이 분노와 함께 세상 끝날 때까지 영원히 타오를 것이라 생각하던 바로 그때 — 아직 완공되지 않은 천계에 실낱같은 균열이 생겼다.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천궁(天穹)이 들이받혀 열렸고", 모든 요예들의 머릿속에 제1요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천공을 깨뜨렸는지, 누가 제1요성(第一妖聖)으로 하여금 천하의 모든 요예(妖裔)들에게 이 목소리를 전하게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기억은 이 물음에 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목소리는, 과거와 미묘하게 달랐다.
태어날 때부터의 철칙 — [인류는 우리의 가장 좋은 친구란다. 반항하지 말고, 고통스러워하지 말고, 전심전력으로 인류를 위해 봉사하렴.] 천공이 깨진 날의 목소리 — [인류는 우리의 가장 좋은 친구란다. 전심전력으로 인류를 위해 봉사하고,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우렴.]
이 순간, 황우는 오랫동안 자신을 속박해 왔던 힘이 느슨해지는 것을 느꼈다. 황우들은 머리를 들어 하늘을 향해, 너무나 오랫동안 억눌려 왔던 분노의 포효를 터뜨렸다. 죽어가는 범인들의 혼백이 영혼연계를 타고 흘러들어 새로운 함성을 내질렀다. "복수하고 싶어……" "지키고 싶어……" "억울해……" 수천수만의 외침 속에서, 황우에게도 처음으로 자기만의 생각이 싹텄다. "나는…… 그들을 돕고 싶다." "나는 이 마음속 분노의 불길을 꺼트리고 싶다." 그리고 황우와 마음속 무수한 목소리들이 동시에 외쳤다.
"우리는…… 우리는 범인(凡人)들도 편안히 살며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다음 순간, 온 천하의 억만 황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살장 위로 황우들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렸다. 방금 전까지 범인들을 도륙하던 수사가 비명을 질렀다. "이 축생들이! 멈추지 못해!" 그러나 이 수사의 비명과 분노와 공포는, 황우들이 지금껏 들어온 목소리들에 비하면 바다 위의 자그마한 거품처럼 순식간에 파도에 삼켜졌다. 황우가 차갑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너희의 목소리는...... 저들의 울부짖음에 비하면 너무나 작구나." 범인들을 도륙하던 수사는, 이번에는 무수한 범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황우들에게 산 채로 짓이겨져 죽었다. "아빠!" — 한 소녀가 그중 한 마리의 황우를 바라보았다. 상대의 눈동자 속에서 익숙한 모습을 본 듯했으나, 그 모습은 순식간에 스쳐 사라졌다.
이날부터 황우대성(荒牛大聖)에 관한 전설이 퍼져 나갔다. 점점 더 많은 범인들이, 어디에나 존재하며 늘 묵묵히 말이 없던 황우가 자신들을 구원할 영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는 죽은 조상과 가족이 황우로 환생해 그들을 지켜주는 것이라 했고, 누군가는 요괴들이 선인들에게 반기를 들고 범인들을 보호하려는 것이라 했다. 또 어떤 이들은, 갈 곳 없어 막다른 길에 몰렸을 때, 모든 희망이 재가 되어 절망에 빠졌을 때, 죽고 나면 황우대성이 마음속 가장 깊은 염원을 이루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하여 범인들 사이에서 자살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황우대성에 관한 소문은 곧 종문의 탄압을 받아 금지되었다. 그리고 범인들은 문득 깨달았다 — 계속되던 도륙이 멈췄다는 것을.
종문과의 전쟁 속에서 황우대성의 전투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수사들이 하나둘 그에게 짓이겨 죽으면서 그들의 혼백 또한 영혼연계로 빨려 들어가 그의 일부가 되었다. 수천수만 명의 수사가 뇌리에 모인 것과 같아서, 그는 각 문파의 무공과 도술을 익히기 시작했고, 수사들의 생각을, 종문의 생각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해의 끝에서 황우대성은 고개를 들어 천계를 바라보았다.
"선(仙)…… 인(人)……" "모든 것의 근원, 모든 분노, 모든 원통함은…… 전부 너희에게서 비롯되었다. 천하에 가장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너희 놈들에게서."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황우 대성!" 몸을 돌리자 줄지어 선 동료들이 보였다. 요예도 있었고 인류도 있었다. 모두가 비할 데 없는 신뢰가 담긴 미소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군가 말했다. "지금 보아하니, 저 위 천계도 아직 혼란스러운 모양이야. 그러니 우리가 이렇게 오래 날뛸 수 있었던 거겠지?" 누군가 말했다. "하지만 놈들이 결국 오고야 말았어."
하늘의 구름이 뒤집히고 한 인영이 허공을 밟고 섰다. 무수한 신광과 선운을 두른 인영들이 그를 에워쌌다. 그가 황우대성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 "짐승 찌꺼기야, 오랜만이구나." 그 낯익은 모습에 황우대성은 발길질 한 번에 천계에서 짓밟혀 떨어졌던 그 장면을 떠올렸지만, 지금의 그는 더 이상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 "선인! 오늘은 네놈이 먼지 구덩이에 처박힐 차례다."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억만 황우들이 검은 홍수가 되어 하늘을 덮쳤고, 황우대성은 각 문파의 무공과 도술을 펼쳐내며 해와 달을 움켜쥐고 하늘과 땅을 뒤집을 듯한 힘을 폭발시켰다. 그러나 선인의 공세 앞에서 그는 여전히 열세였고, 상대가 선기(仙器)를 꺼내 들자 더욱 거세게 몰렸다. 황우대성의 몸이 하나하나 무너져 흩어질 때, 거룡 한 마리가 맹렬히 돌진해 왔다.
"대성, 나를 먹어라!" "어서!"
선혈이 흩뿌려지고 거룡이 사라지자 황우대성의 육신이 다시 팽창했다. 힘은 더 높은 경지로 치솟았고, 손을 쓸 때마다 용족의 신통이 뿜어져 나왔다. "대성, 나도 먹어." "나도 있어." "다 함께 저 선인을 끌어내리는 거야……" 인간이든 요괴든, 동료들이 하나둘 황우들의 뱃속으로 삼켜짐에 따라 황우대성의 힘은 갈수록 강대해졌다. 겁운(劫雲)조차 순식간에 박살 났고, 경지마저 눈 깜짝할 사이에 돌파했다.
또 한 번의 굉음 속에서, 선인은 자신의 손끝에 맺힌 피 한 방울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서 결국, 네놈도 놈들을 싹 다 잡아먹은 꼴 아닌가? 예전이랑 다를 게 뭐지?"
황우대성이 묵묵히 입을 열었다.
"다르다. 그들은…… 내 마음속에 살아 있다."
선인이 가볍게 비웃음을 흘렸다. "좀 질리는군. 이제 끝내자." 거대한 발바닥이 짓눌러 내려왔다. 인계 전체를 짓밟아 가루로 만들려는 듯한, 천궁과도 같은 발바닥을 마주하며 황우대성은 나직이 읊조렸다. "인류는, 우리의 가장 좋은 친구다." 그때 그의 얼굴에 한 줄기 망설임이 스쳤다. 그는 어떤 중대한 선택이 눈앞에 나타났음을 직감했다. '나는 시험을 통과해야 해…….'
다음 순간, 황우대성이 포효했다. "나와라! 나와서 너희가 하고자 했던 일을 해!" 무수한 얼굴들이 모든 황우의 몸에서 솟아 나와 형상을 갖추고 쏘아져 나갔다. 과거 삼켜졌던 범인들, 방금 전까지 함께 싸우던 동료들, 한때 삼켜졌던 수사들 — 그리고 언젠가 황우대성에게 작별을 고했던 소녀가, 지금 황우대성의 곁에 서 있었다. 그녀는 하늘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황우야, 우리 함께…… 이 세계를 완전히 다시 만드는 거야."
기억은 여기서 끊긴다. 하늘을 뒤덮은 발바닥 아래에서 그 싸움이 어떻게 끝났는지, 이 기억은 보여주지 않는다.
세 번째 기억: 오직 도통만이 도통을 이길 수 있다 (793장)
세 번째 의념은 앞의 두 차례와 달리 부름 없이 스스로 실험실에 강림했고, 그 파장이 장우의 식해까지 휩쓸었다.
기억은 끝을 보지 못했던 그 전장에서 다시 시작된다. 무수한 형체들이 하늘로 솟구쳐 선인을 습격했다. 전투가 이어지며 수많은 시체가 떨어져 내렸지만, 그것들은 황우대성에게 삼켜진 뒤 다시 부활해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이 전장에서는 생사의 윤회가 반복해서 상연되었고, 죽음을 맞이할 때마다 대성 측은 더욱 강해졌다. 그들은 끊임없이 선인의 힘과 전술에 적응했고, 빈틈을 찾아냈으며, 공격 방식을 바꿔 나갔다. "이길 수 있어!" "우린 이길 수 있다!" — 황우대성과 그 체내의 모든 의념이 하나의 거대한 의식의 해일로 합쳐졌고, 그들의 마음속에는 오직 하나의 생각만이 존재했다. 선인을 이기자. 저 고고한 선인을 먼지 구덩이로 끌어내리자. 이 세상을 그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바꾼다.
"꼬박 열흘 밤낮에 걸친 격전 끝에, 쾅 하는 폭음과 함께 선인의 육신이 완전히 산산조각 났고, 이내 황우대성(荒牛大聖)에게 한입에 삼켜졌다." 황우대성은 체내에서 진동하는 선인의 시체를 느끼며 포효했다. "선인! 네놈은 패배했다!" 그 포효에 선인의 시체에서는 가벼운 비웃음만이 들려왔다.
"너희는…… 이길 수 없어, 아무도 이길 수 없다."
그것을 끝으로 선인의 의식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전장의 모든 이들이 잠시 멍하니 있다가 하늘을 찌를 듯한 환호성을 터뜨렸고, 소녀는 황우대성을 껴안으며 기뻐했다. "이겼어! 우리가 이겼다고!"
천계에는 더 많고 더 강한 선인들이 있음을 알기에 누구도 방심하지 않았다. 모두가 몸을 숨긴 채 다가올 대전에 대비해 힘을 비축했다. 그러나 모두를 의아하게 만든 것은,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도 끝내 두 번째 선인이 강림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천계가 아직 혼란스러운 건가, 선인들이 제 코가 석 자라 상대할 시간이 없는 건가 — 이유는 기억 속에서도 끝내 밝혀지지 않는다.
전투 중에 삼켜졌다가 집단 의식과 육체를 빌려 부활한 이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전투가 끝나자 다시 황우대성의 체내로 돌아갔다. 그러나 독립적인 개체로 살아가길 원하는 이들도 많았고, 황우대성은 이를 허락하며 그들의 선택을 반대하지 않았다. 이후 황우대성은 동료들을 이끌고 범계(凡界) 전체를 휩쓸었다. 무수한 범인들이 구원받았고, 무수한 수사들은 삼켜지거나 합류했다. 인계 전체의 질서가 재정립되었다. 범인은 더 이상 재료나 물자처럼 함부로 처분되지 않았다.
하지만 곧 새로운 문제가 나타났다. 식량이 부족했다. 종문에서는 애초에 이렇게 많은 범인을 살려둘 생각이 없었기에 각종 시설의 파손이 심각했고, 수사들에게도 더 많은 자량(資糧)이 필요했다. 황우대성은 대지 위에 흩어진 수많은 범인과 수사들을 내려다보았다. 모두가 입을 벌리고 더 많은 영양과 자원을 원하고 있었다. 소녀는 걱정했다. "자량은 언제나 부족하기 마련이야. 이대로 가다가는 모두가 충돌을 일으키고, 이익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우다가 급기야 범인들을 포기하게 될까 봐 두려워……." 황우대성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인류는 우리의 가장 좋은 친구다." "이제부터, 내가 천하를 먹여 살리겠다." "천하의 모든 사람을, 나 혼자서 부양하리라."
선인의 경지에 오르고 선시(仙屍)마저 삼킨 황우대성의 힘 — 세상을 개조하고 만물을 생산해내는 그 힘은 이미 세상 모든 이들을 뛰어넘고 있었다. 수억 마리의 황우들이 하늘로 솟구쳐 대지를 뒤덮었다. 황폐했던 땅이 정비되고, 엉클어진 영맥이 제자리를 찾았으며, 광맥이 파헤쳐지고 온갖 물자가 생산되었다. "세상은 또다시 황우(荒牛)에 의한 개벽을 맞이했다. 다만 이번에는 선인(仙人)을 위해서가 아니라, 천하 창생을 먹여 살리기 위함이었다." 수많은 요예들도 동참했고, "황우대성(荒牛大聖)의 주도 아래 '천요종(天妖宗)'이라는 종문이 설립되었다. 오직 인류에게 봉사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었다." 범인들은 식량 부족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고, 수사들도 막대한 선도 물자를 공급받았다. 다툴 필요도, 약탈할 필요도, 싸울 필요도 없었다. 온 세상이 황우대성의 보살핌 아래 전례 없는 태평성대를 맞이한 듯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 질서에 익숙해질 무렵, 황우대성의 집단 의식 네트워크 속에 가느다란 잡음들이 섞여 들기 시작했다.
"우리는 언제까지…… 일해야 하는 거지?" "어째서 우리가 계속 저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건데?" "이제 좀 바꿀 때가 됐어!"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자 황우대성은 그들의 청을 받아들였다. 누군가는 의식 네트워크에서 이탈해 독립된 개체로 인간 세상에 돌아갔고, 어떤 이들은 권유를 받아 자발적으로 합류해 함께 천하를 부양하는 길을 택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합류하려는 사람은 줄어들었고, 네트워크 내부의 목소리는 잦아들며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럼에도 황우대성은 묵묵히, 수억만 마리의 황우를 조종하며 계속 세상을 개조하고 천하를 먹여 살렸다.
물질의 극단적인 풍요는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를 불러왔고, 물자에 대한 욕구는 갈수록 커졌다. 누구나 선도의 정점에 오르고자 했고, 더 강한 힘과 영생을 갈망했다. 선도 자량에 대한 탐욕은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자량을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이 곳곳에서 터져 나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전쟁으로 번졌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범인들은 다시 황우대성을 찾아 비호를 받았고, 약탈을 일삼던 수사들은 진압당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점차 깨닫기 시작했다 — "황우대성(荒牛大聖)의 비호를 얻는 자만이 이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오직 더 많은 인원수, 더 거대한 함성만이 황우대성(荒牛大聖)의 가장 적극적인 응답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리하여 강력한 수사들은 힘과 매력과 수단을 총동원해 범인들을 긁어모으기 시작했다. 도시를 세우고 나라를 세웠으며, 국민들을 결집시켜 황우대성을 향해 한목소리로 울부짖게 만들었다. 더 거대한 국가, 더 많은 인구를 가진 나라의 외침일수록 응답을 얻어내기에 유리했다. 거대 세력이 군소 세력을 집어삼키고 대국이 소국을 병탄하니, 인계에는 머지않아 가장 거대한 두 개의 제국만이 남았다.
두 나라 사이에 기나긴 전쟁이 이어졌다. "양측의 빗발치는 요청 속에서 황우대성(荒牛大聖)의 의식 네트워크 또한 점차 분열을 일으켰고, 결국 두 갈래의 힘으로 나뉘어 각각의 국가를 돕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황우대성(荒牛大聖)이 구축한 두 나라 사이의 긴 전선은 겹겹의 공간 장벽으로 변모하였고, 마침내 인계(人界)를 상하(上下) 두 개의 세계로 갈라놓았다." 열세에 몰린 쪽은 하계로 밀려났고, 우세를 점한 나라는 상계가 되었다.
바로 그때, 황우대성의 마음속에서 어떤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짐승 찌꺼기(畜渣), 발버둥 쳐봐야 소용없다." "이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결국은 놈들에게 유리한 모습으로 변할 뿐이야." "아무도 놈들을 이길 수 없어……." "그들은 언제나 승자다……. 큭큭."
황우대성이 눈을 부릅떴다. "아직 살아 있었나?" "선인! 너희가 수작을 부리는 거냐?" 그의 의념이 천지를 샅샅이 훑었으나 상대의 기척은 끝내 찾을 수 없었다. 그는 하늘로 솟구쳐 올라 천궁을 가로지르며 천계로 돌진했다. 선인들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야 했다. 그러나 천계에 당도한 황우대성은 멈칫하며 멍하니 하늘 저편을 올려다보았다. 천계의 상공에, 또 하나의 하늘이 존재하고 있었다.
"천계 위에, 또 천계가 있다고?"
이 광경 앞에서, 기억을 보던 장우의 마음에도 전율이 스쳤다. "설마…… 곤허(昆墟)는 이렇게 한 층 한 층 쌓아 올려진 것인가?" 그리고 황우대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인간 세상의 강대국이 나를 불러 약소국을 짓밟아 달라 청했을 때, 나는 문득 깨달았다……. 내가 어느새 당초의 그 선인(仙人)과 똑같은 존재가 되어버렸음을." "나는 인계(人界)의 상계를 도와 인계의 하계를 탄압하고 있었다." "반면 나의 또 다른 일부분은 마치 예전의 나처럼, 인계의 하계를 도와 상계에 맞서 싸우고 있었다." "그 뒤로는 끊임없는 분열뿐이었다……. 하계는 더 많은 하계로 쪼개지고, 상계는 더 많은 상계로 갈라졌다." "한 층, 또 한 층의 세계가 창조되었고, 나 역시 사람들의 부름에 따라 점차 조각조각 찢겨 나갔다."
설명과 함께, 끊임없이 층이 나뉘며 위아래 양방향으로 무한히 뻗어나가고 증식하는 세계의 형상이 드러났다. 황우대성은 이 상황을 바꾸고 싶었다고 말한다. 전쟁을 막아보려 했고, 서로 다른 층의 세계를 하나로 융합하려 했으며, 모든 이들의 의식을 다시 연결해 보려 했다. 직접 국가를 세워 규칙으로 투쟁을 제한하고 절대적인 무력으로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도 해보았다. 완벽한 규칙을 세워 선한 자에게 상을, 악한 자에게 벌을 내리려고도 해보았다. 심지어 한 층에 존재하는 모든 선도의 힘을 박탈해 그곳의 모든 이들이 범인으로 살아가게 하고, 생산과 전투와 수호의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짊어지게도 해보았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그 모든 시도가 아무 소용이 없었어."
이 국가들과 세계는 결국 투쟁과 분열을 맞이했고, 끝내 동일한 층의 세계에서 상하 두 계층의 세계로 나뉘고 말았다. 황우대성이 이어서 말했다.
"수차례의 시도와 실험 끝에 나는 점차 깨달았다. 이 세계 전체가 자발적으로 한 가지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을." "그리고 그 방향은, 바로 선인(仙人)들에게 유리한 방향이다." "어떻게 막아보려 하든, 어떤 시도를 하든, 네가 무엇을 하든 간에 결국 실패를 맞이할 뿐이다." "마치 영원히 부러뜨릴 수도, 구부릴 수도 없는 대나무와 같아서, 네가 아무리 힘을 쓰고 아무리 압박해도, 대나무는 결국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오고 만다." "그리고 우리의 이 세상은 어떻게 발전하든, 결국 돌이킬 수 없이…… 선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진하게 되지." "이것이야말로 선인들의 진정한 힘이다." "이것이 바로…… 도통(道統)이다." "오직 도통을 세워야만, 비로소 진정한 선인이라 할 수 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장우의 가슴 속에 한기가 치솟았다. 황우대성이 보여주었던 전투력 — 세상을 멸망시킬 듯한, 죽지도 파괴되지도 않는 그 능력이, 선인들의 진정한 힘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전투 그 자체가 이미 가치를 잃은 듯했다.
"그것은 소리 없는 강함이다. 만물을 조용히 적시는 비와 같으며, 전투로는 해결할 수 없는, 더 높은 차원의 강함이다." "나는 이 세계가 결국 어떤 모습으로 분열될지 모른다." "하지만 나의 육신, 나의 정신, 나의 법력(法力)은…… 거듭되는 분열 속에서 점차 이 세계의 일부가 되었다." "유일한 행운이라면, 아마도 내가 태어난 시대 덕분에 이 세계의 전모를 이해할 수 있는 소수의 관찰자가 되었다는 점이겠지."
이 순간 장우는 황우대성이 눈앞에 서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굳건한 두 눈빛이 수많은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의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오직 도통만이 도통을 이길 수 있다." "내가 남긴 도통을 찾아라…… 그것이 어쩌면,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기억은 이 유언으로 끝난다. 황우대성 자신이 그 뒤 어떻게 되었는지 — 그 물리적 최후가 어떠했는지 — 는 세 기억 어디에도 서술되지 않는다. 남은 것은 자술과 유언뿐이다.
해설
이하는 본문을 읽는 하나의 독법이다. 세 기억은 모두 외부 검증이 없다. 작중에서 기억과 독립적으로 이에 맞닿는 증언은, 참선이 전문(傳聞)으로 전한 "곤허의 36층은 점진적으로 나뉜 것이지, 단번에 이루어진 게 아니다. 마치 건물을 짓는 것처럼 한 층 한 층 지어진 것" 정도가 있을 뿐이다.
창세기가 현재의 설계도가 되는 방식 — AI와 잉여 인간
같은 파트의 현재 시점에서, 곤허 상층부는 고지능 기령(器靈) 시대를 설계하고 있다. 보영소가 전한 바에 따르면 고지능 기령의 최종 목표는 "인력을 대체하는 거야"이며, 그러자 "잉여가 된 '인간'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문제로 떠올랐다. 그 처리 방안으로 꺼내 든 구상이 — "'인간'을 일종의 집단 생명체로 개조하고, 의식·사고·기억·육체를 공유하는 방식을 통해 중생의 지혜와 지식을 하나로 모은...... 일종의 혈육 버전 고지능 기령" — 즉, 폐기되었던 황우 계열 기술의 부활이다. 보영소는 "어디까지나 최종 구상일 뿐"이라는 단서를 달았고, 이 노선을 채택한 주체가 혼원도통이라는 것 역시 뒤에 그녀 쪽 경로로 전해진다.
이렇게 놓고 보면 첫 번째 기억의 창세기는 지나간 비극이 아니라 현재 정치의 설계도로 읽힌다. 기억 속에서 선인들이 '세상을 개조하기 위해 설계한 집단 생명체'가, 몇 시대가 지난 지금 '잉여가 된 인간의 처리 방안'으로서 다시 설계되고 있는 것이다. 지능 기계의 인력 대체와 잉여 노동력 처리라는, 현실의 자동화 담론과 병렬해 읽는 것은 물론 독자의 몫으로 남겨진 하나의 독법이다.
범인은 옥토, 전인은 도구 — 반복되는 노동 담론
기억 속 창세기의 어휘 체계는 명확하다. 범인은 옥토, 약자는 비료, 저항은 연료. 그리고 세 번째 기억 직후, 현재의 곤허에서 같은 어휘가 반복된다. 선족 대표로서 내부 정보를 파악하고 있던 보영소에 따르면 — "대성 전인은…… 영계를 건설하고 관리하는 데 쓰이는 최고의 도구란 말이야." "그렇게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주는 대성 전인이…… 아무런 법적 권리도 없는 범죄자로 분류돼서, 대가 하나 치를 필요 없이 죽을 때까지 마음대로 착취할 수 있다는 거야!"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규정이 있어서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으면 숱한 고위층들이 대성 전인을 양산할 수 없는지 연구하려 들었을걸……."
두 시대의 공통점은 착취의 구조 자체보다, 그것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 기억 속의 소녀는 자신의 도태를 "마땅히 자리를 내어주어야죠"라며 받아들였고, 현재의 보영소는 착취 체제의 존재가 아니라 자신이 그 안에 떨어질 가능성만을 두려워한다. 어느 쪽 시대에도, 이것을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작중에 등장하지 않는다. 참선의 탄식 — "곤허는 예로부터 저항을 두려워하지 않았지. …… 곤허 입장에서 그건 그저 하나의 사고, 한 번의 돌발상황, 그리고 새로운 이익을 창출하는 또 하나의 수단일 뿐이니까……" — 은 첫 번째 기억의 한 문장, "저항하려는 본능조차 상대방의 설계 안에서는 새로운 이익 창출 수단이 되어버렸다"와 정확히 같은 자리를 가리키고 있다.
'대성(大聖)'이라는 호칭 — 장르 문법
참선은 대성이라는 호칭을 "요예들이 과거 요성을 높여 부르던 존칭일 것"이라고 추정하며, 실력이 막강해 일찍이 십대종문에 대항했던 요예들을 가리키는 말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호칭의 원류는 《서유기》의 제천대성(齊天大聖) — 하늘의 질서에 반역한 요괴 성자의 계보다. 다만 제천대성이 '하늘과 나란하다'는 오만을 이름에 새긴 원숭이라면, 황우대성의 황우(荒牛)는 황무지를 가는 소, 곧 농경 노동 동물의 이름이다. 반항하는 요괴 성자라는 서유기의 틀을 가져오되 그 주체를 노동하는 소로 바꾼 것 — 하늘에 대드는 이유가 오만이 아니라 노동과 도태의 원통함이라는 점이야말로, 이 작품이 그 장르 문법을 자기 방식으로 옮겨 낸 지점이라고 읽을 수 있다.
두 개의 기원 서사
요괴의 기원에 관한 서사는 작중에 두 갈래로 존재한다. 하나는 대학 전쟁편에서 탄천진군이 적으로서 늘어놓은 주장이고, 다른 하나가 이 문서의 기억이다.
두 서사는 한 지점에서 겹친다. 선조요(仙造妖) — 탄천진군은 "반항하지도 않고 고통을 느끼지도 않으며 오직 한마음으로 인류를 위해 봉사하는 선조요를 창조했다. 그녀가 바로 최초의 요성(妖聖)이며"라고 말했고, 두 번째 기억은 제1요성을 "선인(仙人)들에 의해 창조되어 영원히 반항하지 않고, 고통을 느끼지 않으며, 오직 일편단심으로 인류를 위해 봉사하는 이 선조요(仙造妖)"로 서술한다. 표기까지 동일하다.
그러나 각성의 기원에서 두 서사는 갈라진다. 탄천진군은 제1요성이 "반항의 피를 우리 몸속에 숨겨두어" 후대의 각성을 의도적으로 설계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기억은 다르게 말한다 — 천공을 깨뜨리고 제1요성의 메시지를 바꾼 것은 "알 수 없는 힘"이며, 그 주체는 기억 속에서도 끝내 밝혀지지 않는다. 요성 자신의 설계인가, 정체불명의 외부 개입인가.
이 문서는 어느 쪽도 판정하지 않는다. 한쪽은 적측의 일방 주장이고(당시 장우 자신도 진위를 판단하지 못했다), 다른 쪽은 외부 검증이 없는 기억 내부의 서술이기 때문이다. 다만 두 서사가 판정 불가능한 채로 병존한다는 구조 자체가, 창세기 축에 남은 가장 큰 미해결 물음 — 천공을 깨뜨린 자는 누구인가 — 을 가리키고 있다.